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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으로 떠나는 여행..( 다산 정약용초당, 백련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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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풀피리™ 작성일2010-02-19 14:48 조회2,88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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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에서 백련사 가는 길


강진의 백련사에 가면 나는 반드시 오솔길을 따라 걸어서 다산초당으로 내려간다. 그 오솔길은 한국 최고의 관광길로 보존되어야 한다. 그 오솔길 양쪽끝 자락에 전혀 다른 향기로운 삶이 놓여 있다. 한양에서 천주학장이였다는 죄로 말미암아 유배되어 온 한 유학선비의 삶이 아래쪽에 놓여 있고, 위쪽에는 세속을 버리고 엄한 계율에 따라 사는 스님의 삶이 놓여 있다.

그 오솔길을 걸으면서 괘종시계의 추를 생각하면 아주 재미있다. 시계추는 양쪽의 극을 왔다갔다가 한다. 그것이 한쪽에 치우쳐 있을 때 시계는 멈추어선다. 쉬지 않고 양쪽을 왔다갔다해야 하는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우주의 원리이고 율동이다.
유배되어 온 유학선비의 삶은 타의에 의해 갇혀 산 삶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유배되지 않는 유학선비의 삶이란 것도 유학의 이념에 갇혀 사는 것이다. 조선조 선비들의 정신 교육장인 향교나 그 선비들이 사는 집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이념에 철저하게 갇혀 살았는가를 알 수 있다. 향교나 양반들의 집은 드높은 담으로 둘러 싸여 있고 육중한 권위의 대문이 굳게 닫혀 있고 안쪽에 빗장이 바쳐져 있다.



다산·혜장 양쪽 다 천재



양반의 집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안채와 사랑채를 갈라놓는 담이 있는데, 안채에는 어머니를 비롯한 아녀자들이 살고 사랑채에는 아버지를 비롯한 남자들이 산다. 후원에는 사당이 있는데 그 속에는 그 집안의 선대로부터 흘러온 정신이 괴어 있다. 그 정신은 사랑채의 아버지에게로 이어져 있다. 손님들이 그 집을 찾아가는 것은 그 아버지의 정신을 만나기 위해서다. 아버지의 정신은 성인이 가르친 어짐(仁)에 있다. 어짐은 웃사람에게 효도(孝)하고 아랫사람을 사랑(弟)하고 가엾은 사람을 구제(慈)하는 것이다.

절집은 향교나 양반들의 집과 전혀 다르다. 그 안에 살고 있는 스님들의 삶도 따지고 보면 더럽혀서는 안되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계율에 갇혀 사는 삶이다. 그런데 모든 절집에는 드높은 담이 없다. 담이 없다는 것은, 스님들이 깨달음과 동시에 계율을 뛰어넘는 자유자재한 삶을 추구한다는 것이고, 우주 속의 모든 것과 삶을 함께 한다는 것이고 그들을 가엾어하고 구제한다는 것이다.

강진에 유배된 다산 정약용은 그 오솔길을 걸어 백련사로 가서 주지 혜장스님을 만났다. 다산과 혜장은 양쪽이 다 대단한 천재였다. 정다산과 혜장스님의 첫만남에 대한 일화는 아주 재미 있다.

역대의 임금들 가운데 학문의 뛰어남에 있어서 세종 임금 못지 않다는 정조 임금은 다산을 조선조 최고의 학자요 정치가, 사상가로 인정한 바 있었다. 임금을 교육시키는 경연장에서 경연을 주도하는 선비는 임금에게 가르칠 부분을 줄줄 암송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또한 그 부분과 관련된 중국의 고전들을 달달 외지 않으면 안되었는데, 그것을 가장 시원스럽게 잘한 벼슬아치가 정다산이었던 것이다. 거기다가 그는 동서 고금에 통달해 있었고 수학 과학 물리학에도 능했다.

나는 후배나 제자들과 함께 그 산길을 갈때 수수께끼를 내곤 한다. 정다산의 아이큐는 얼마나 되었을까. 한 3백쯤이었을까. 강진에 유배되어 있는 동안 저술한 책은 약 5백권이나 된다. 그 책과 참고 서적들을 합하면 모두 몇 권이나 되었을까. 다산이 유배에서 풀려나 경기도 고향으로 돌아갈 때, 그 책을 등에 짊어지고 간 인부는 몇 명이나 되었을까.

혜장스님 또한 대단한 천재였다. 28세때부터 대흥사에서 당시 한다하는 노장 스님들을 젖히고 강백 노릇을 했는데, 그에게서 배우기 위해 몰려드는 학승들이 구름같았다. 그 혜장이 삼십대 중반에 백련사 주지로 부임했다. 그는 스님이었지만 유학에 능했는데, 특히 주역에 통달해 있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몰려드는 강진 장흥 해남의 유학선비들이 줄을 이었다. 하도 소문이 겁나게 나서 어느날 정다산이 한 노인과 함께 혜장을 찾아갔는데, 혜장은 앞에 앉은 체구 강단진 노인이 천하의 정다산인 줄 알지 못하고 거침없이 주역에 대하여 떠들어댔다.

그날 밤 정다산과 다른 노인을 한 암자에 재운 다음 자기 거처로 돌아온 혜장은 아무래도 그 체구 강단진 노인이 천하의 큰산인 정다산인 듯 싶어 당장 쫓아가 모시고 자기 거처로 갔다. 그 자리에서 그는 정다산의 날카로운 질문을 이기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큰절을 하고 가르침을 청했다.

그 이후 두 사람의 사귐은 깊어지기 시작했고, 정다산은 자존심과 고집이 꼬장꼬장한 혜장에게 아암이란 별호를 주었다. 아이처럼 순하고 부드러워지라는 것이었다.

혜장만 다산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것이 아니다. 다산은 혜장에게서 선(禪)과 차를 공부했고, 갇혀 사는 답답한 삶에서 놓여나는 길을 배우고 유배지에서의 고독함과 불안함을 위로받은 것이었다.



갇힌삶에서놓여나는길



혜장은 천하의 큰산인 정다산의 학문과 삶으로 인해 절망을 거듭했고, 스스로의 삶을 재구성 재건설하려고 몸부림치다가 주지의 일을 그만 두고 대흥사 옆의 한 암자로 돌아가 공부를 계속하면서 술을 자주 가까이 한 끝에 술병으로 나이 마흔에 입적했다. 정다산이 달려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며 써준 만장의 내용은 그들의 사귐을 아는 모든 사람을 슬프게 한다.

정약용의 다산(茶山)이라는 호는 다산초당 뒷산에 차나무가 많아서 그리 지은 것이 아니다. 둘째 형 정약전과 함께 유배되어 내려오다가 나주 율정점에서 헤어질 때 그 형이 지어준 것이다. 자기 아우가 유배지 아닌 향기로운 세상으로 가고 있다는 뜻에서.
형 정약전의 바람대로 정약용은 향기로운 사람이 되었는데 그것은 백련사의 혜장스님의 선풍을 만난 덕분이기도 하다.

자기를 서책속에 가두고 사는 사람에게서는 그윽한 향기가 나고 탐욕 속에 자기를 가두고 사는 사람에게서는 흉칙한 냄새가 난다. 자기 잘 가두는 법을 배우기 위해 나는 늘 달려가서 그 오솔길을 걷곤 한다. 내가 9년 전에 서울을 버리고 장흥 바닷가에 토굴을 짓고 거기에 나를 가두고 사는데 나는 그것을 다산에게서 배운 것이다. 다산이 강진으로 유배되어 오지 않았더라면, 벼슬길이 탄탄대로처럼 열렸더라면 오늘의 다산은 없었을 터이다.

그러나 가두는 법만 알고 풀어놓는 법을 배우지 못한 자는 오만해지고 인색해지고 옹졸해지고 고집스러워지고 이기적인 사람이 된다. 다산 초당에서 백련사로 가는 오솔길은 `자기 가두어놓고 살기''''와 `자기 풀어놓고 살기''''를 가르쳐주는 길이다. 다산초당쪽으로 가는 길이 우리 삶에 있어서 들이쉴 숨결이라면 백련사쪽으로 가는 길은 내쉬는 숨결이다.

기사 발췌 : 광주일보
사진 : 풀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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