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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중국여행(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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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풀피리™ 작성일2003-08-09 21:38 조회6,483회 댓글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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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여행담을 듣는 일은 즐겁다.
그것도 언제 어디에 가서 무엇을 구경하고 무슨 물건을 사가지고
돌아왔다는 그런 이야기 말고, 여행 길에서 뜻하지 않게 얻은 생의
단 한번뿐인 소중한 기억과 얼마 남지 않은 삶의 끝에 떠나는
마지막 여행, 불치의 병을 딛고 일어나 떠나는 여행,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낸 뒤 다시 찾은 그 시간 그 장소의 영원함, 결코
끝이 아닌 시작으로 재창조하는 사람들의 용기,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을 통해 얻게 되는 소박하지만 진실한 삶의 본질 한 조각,
여행을 통해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그 순간들의 반짝임, 그렇게
빛나는 섬광들을 보고 듣는 것은 즐겁다.

- 잭 캔필드, 마크 빅터 한센 외의'행복한 여행자'중에서 -



여름휴가의 첫날인 7월 26일 중국상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예전부터 구상했던 해외배낭여행이었지만 실행에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5리터의 가방엔 여름옷 두벌과 간단한 간식,
세면도구, 샌달, 비옷 등을 넣으니까.. 제법 무거운 짐이 되었다.












의욕과 열정에 비해서 준비없는 여행..
먼저 다녀온 분들에게 조언도 들었고 나름대로 스케줄을
정했지만 중국어를 전혀 모르는 벙어리나 다름없는 나였기에
중국여행은 모험과도 같은 일이었다.












아무튼.. 우리 일행은 그렇게 상해에 도착했다.
이번 여행이 두 번째의 중국여행이지만 이전 여행은 패키지로
다녀온 단체여행이었기에 배낭여행엔 별다른 도움이 되질 못했다.
더군다나 처음가는 상해는 호기심과 두려움을 주었다.

-상해의 아침












여행스케줄에 관하여 동료와 의견일치가 쉽지 않다.
이래서 사람들이 혼자 떠나는 여행을 선호하는 것일까..?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다. 가능하면 양보해서 잡음없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천지개벽이란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발전하는 상해.. 중국 최대의 상업도시답게
자본주의국가처럼 자유로운 분위기가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약 8일간의 일정에 비해서 보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다.
바깥의 날씨는 높은 기온(약 38도)과 습도 때문에 한증막처럼 무척 더웠다.
한달이 넘는 가뭄으로 찌는 듯한 더위는 숨을 막히게 했고 바람마저
온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처럼 더워서 그늘에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 -예원












중국은 저렴한 인력이 넘쳐난다. 한 달에 월급이 10만원(한국돈)도 안 되는 노동자들이 많다고 한다.
언제까지 한국이 중국을 앞서갈 수 있을지 두려운 생각이 든다.












불공을 드리는 여인들..












택시를 타고 가다가 바라본 상해시내..












상해의 고전적인 건물은 야경이 정말 아름답다.












상해가 북경에 비해 다른 점은 무엇보다도 경제중심도시라는 점이다.
북경이 행정적, 정치적으로 중국을 대표하는 수도라고 한다면 상해는
중국의 경제를 대표하는 경제 수도인 셈이다.












동방타워에서 바라본 야경.












상해의 예원(豫園)..

이 정원은 명나라때 반윤단이라는 사람이 부모를 위해 18년동안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정원이 아름다운 예원.












중국은 물이 부족하고 좋지 않지만.. 물을 잘 다스려서 운하와 강이 발달했다. - 소주 (蘇州)











중국의 문화유적지는 대륙다운 면모와 웅장함을 자랑한다.
아시아의 자랑은 중국의 문화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호수가 아름다운 서호 (西湖).. 연꽃이 아름답고 한가로운 유람선이 평화롭기만 했다.












무거운 짐을 어깨에 메고 산을 오르는 인부... 쌀포대인데 100kg은 족히 넘게 보였다.
그들의 모습에서 만리장성을 만들었던 인부들의 피와 땀이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황산(黃山)은 중국의 3대 명산중의 하나이고 13억이 넘는 중국인들이 평생에 한번은 꼭 가고
싶은 명산이라고 한다.












하늘로 오르는 돌계단일까..? 바위을 깍아서 만든 돌계단이다..









바위산을 깍아서 만든 돌계단.. 1800m가 넘는 황산은 자연미를 살리는 등반로가 돋보였다..












황산천호에서 뗏목을 타고 가다가...^^;












황산등반에 도움을 준 중국인 커플과 함께.. 대학생인데 정말 친절하고 마음씨가 좋았다^^












황산의 대나무밭에서.. 대나무엔 소원을 빌거나 사랑을 약속한 글씨가 많이 새겨져 있다.











산행을 마치고 상해로 가는 야간열차(입석)를 탔다. 열차를 타기 전에 길을 물었던 중국여인을 또 다시 만났는데.. 아는 척을 하니까 반갑게 맞아준다. 지루한 여행에 이쁜 여인을 알게되어 심심하진 않을 거 같다. 하지만 중국어는 문외한이기에 여행회화를 보고 제한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직장에 다니는데 상해엔 부모님을 만나러 간다고 했다. 들고 간 디지털카메라로 그동안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니까..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어로 재밌게 떠든다.. 아마도 자신도 그 곳엘 갔었는데 좋았다는 말을 나에게 하려는 듯이 보였다. 이방인에 대한 호의의 표시였을까..? 그녀는 간식인 사과를 깍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입석을 탓기에 붐비는 사람들과 산행으로 몸이 너무 피곤했는데 출입구의 빈 통로에 신문을 깔고 앉아서 졸았다. 얼마나 졸았을까... 그녀가 나를 슬며시 깨우는 것이었다. 나보고 따라 오라고 한다. 에어컨도 없는 야간열차엔 찌는 듯한 무더위와 사람들의 땀냄새로 가득했다. 열차 안에는 서 있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방인인 나에게 빈자리를 찾아서 나보고 앉으라고 한다. 처음엔 한사코 앉을 수가 없다고 사양을 했지만 그녀의 성의가 너무 고마워서 계속 사양할 수는 없었다. 건너편의 통로쪽엔 그녀가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를 한다.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묘한 감정은 왜 일까.. 그렇게 약 두시간을 자다가 깼는데 그녀가 보이질 않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찾았다. 그녀는 다행히 근처의 세면기 옆에 있었지만 피곤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그녀를 데리고 내가 앉았던 좌석으로 안내를 했다. 바디랭귀지를 통해서 나는 다른 자리가 있으니까.. 앉아서 가라고 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알았다고 한다. 나는 또 다시 신문지를 들고 빈 통로를 찾아서 헤맸다...












신문지를 빈 통로에 깔고 구석에서 잤다. 여행 전에 소매치기를 조심하란 말은 들었지만, 설마 나에게 불행한 일이 터질까하는 안일한 마음에 사람들이 쉴새 없이 오가는 통로에 자고 있었었다.. 불안한 마음에 깊은 잠은 못자고 선잠을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 내 뒷주머니를 건드리는 느낌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뒷주머니에 손을 갖다대니까.. 아뿔싸.. 지갑이 없다..!! 여권은 여행가방에 뒀지만 지갑엔 신용카드와 약 40만원의 인민폐와 달러가 있었다. 나는 놀란 나머지 용수철처럼 몸을 일으켜 세웠다. 불과 1-2초사이에 발생한 일이다. 바닥을 보니까.. 지갑이 떨어져 있고 1미터 앞에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당황하는 기색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틀림없이 내 지갑을 훔치려했던 소매치기이다. 나는 지갑을 챙겨들고 "야~!! 이 새끼야..!!"라고 소리를 쳤지만 더 이상 한국말로 할 순 없었다. 외국인인줄 알면 나를 얕잡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위협적인 얼굴로 중국어로 뭐라고 지껄였지만.. 알아들을 순 없었다. 내 생각엔 자신은 결백하다거나, 까불면 죽인다는 말을 했을 거라고 추측되었다. 마음같아선 그를 붙잡아서 공안(경찰)에 넘기고 싶었지만 주변엔 나 혼자였고 패거리에게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망가는 그를 쫓진 않았다. 뒷주머니를 확인하니까.. 날카로운 면도칼로 자른듯이 "ㄱ"로 반바지가 찢어져 있었다. 나로선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한 잊을 수 없는 12시간의 열차여행이었다..












아무튼 약 8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향했다.
언제나 여행은 나를 성숙하게 만드는 것 같다. 여행 중에 몇 번의 시행착오와
불협화음도 있었지만 중국배낭여행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댓글목록

은주님의 댓글

은주 작성일

  사진 참 잘 찍으시네요..멋져요..꼭 여행하는것같군요..

이현정님의 댓글

이현정 작성일

  역시 웅님^^

상현님의 댓글

상현 작성일

  나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소!!

junsang님의 댓글

junsang 작성일

  여행에서 에피소드를 재밌게 읽었어요.  ^^  중국은 문화적 유산이 풍부해서 볼거리도 많겠지요.

김도완님의 댓글

김도완 작성일

  오 여인과의 스토리도 좋아좋아~ ㅎ    저희 학교가 몇달전에 수학여행을 중국으로 갔는데요

딱 그 3일 전에 제가 손목이 부러져서 입원을 하게 되서 거의 저 혼자만 못 갔다왔거든요  ㅠ 

그런데 갔는 애들보다 더 많이 본것 같아요~ ㅎㅎ  Thank You~

woongs님의 댓글

woongs 작성일

  도완님~ 수학여행을 못가셔서 아쉬웠겠네요.  제 여행사진을 보고 간접체험을 하셨다니 기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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