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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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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풀피리™ 작성일2003-09-30 01:07 조회6,297회 댓글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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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와 숙녀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木馬)를 타고 떠난 숙녀(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少女)는

정원(庭園)의 초목(草木) 옆에서 자라고

문학(文學)이 죽고 인생(人生)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孤立)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作別)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작가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未來)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木馬) 소리를 기억(記憶)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意識)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靑春)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 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雜誌)의 표지(表紙)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박인환 詩

댓글목록

heart님의 댓글

heart 작성일

  제가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시이기도 하죠..

계원 강...*님의 댓글

계원 강...* 작성일

  가을엔 누구나 다...넉넉한 마음을 갖는다.포용,관대,이해,사랑 그리고탄탈로스의 갈증까지도...

하늘바다님의 댓글

하늘바다 작성일

  정말 오늘같은날 내 마음을 대신 하는 시 인것 같네요.
이 세상에 제일 사랑하는 사람과 다툼으로 그동안의 다툼으로 ..................
헤어지자고 말했거든요.......................

이병선님의 댓글

이병선 작성일

  정말 너무도 좋은 시 와 그림..
퍼갈수도 있음 좋겠습니다..

햇살아래님의 댓글

햇살아래 작성일

  목마와 숙녀는저도 학창시절에 좋아했던 시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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