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페이지 정보 작성자 풀피리™ 작성일2003-07-11 20:45 조회2,947회 댓글0건 관련링크 목록 본문 비닐봉지가 터졌다 우르르 교문을 빠져나오는 여고생들처럼 여기저기 흩어진 복숭아 사내는 자전거를 세우고 떨어진 것들을 줍는다 길이가 다른 두 다리로 아까부터 사내는 비스듬히 페달을 밟고 있던 중이었다 허리를 굽혀 복숭아를 주울 때마다 울상이던 바지주름이 잠깐 펴지기도 했다 퇴근길에 가게에 들러 털이 보송보송한 것들만 고르느라 봉지가 새는지도 몰랐던 모양이다 . 알알이 쏟아져 멍든 복숭아 뱉은 씨처럼 직장에서 팽겨쳐질 때 그리하여 몇 달을 거리에서 보낼 때 만난 어딘가에 부딪혀 짓무른 얼굴들 사내는 아스팔트 위에다 그것을 가지런히 모아두고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얼마만에 사들고 가는 과일인데 흠집이 있으면 좀 어떤가 식구들은 둥그렇게 모여 뚝뚝 흐르는 단물까지 빨아먹을 것이다 사내는 겨우 복숭아를 싣고 페달을 힘껏 밟는다 자전거 바퀴가 탱탱하다 . . -서광일 詩 * 풀피리™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4-02-25 00:3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