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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하게 정리하는 것이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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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풀피리™ 작성일2007-06-10 16:00 조회1,81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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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러스트=김의균

  • ‘아이젠하워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어지럽게 혼돈돼 있는 상태를 간단하게 정리·정돈해 주는 방법을 말한다.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래 미국의 여러 대통령들이 복잡한 집무를 단순하게 하는 데 활용해온 원칙이라고 해서 ‘아이젠하워 원칙’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원칙 덕택에 아이젠하워는 1944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란 역사상 가장 크고 복잡했던 작전을 성공시켰는지도 모른다.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정리하는 것의 힘은 실로 매우 크다.

    ■ 15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쿼터리즘’에 대응하기

    디지털 사회에서 단순화의 힘은 더욱 부각된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한 가지 일에 진지하게 접근해서 집중하지 못한다. 이를 두고 미디어 용어로는 ‘쿼터리즘’이라고 한다. 15분 이상 집중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실제로 사람들은 포털 기사를 보더라도 두꺼운 볼드체로 표시되거나 제목이 자극적이지 않은 기사는 클릭하지 않는다. 수많은 TV 채널을 계속 돌리면서도 시선이 멈추는 프로그램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다. 웹(web)상에서 글을 읽을 때도 금방 뜻이 파악되지 않으면 금세 다른 페이지로 이동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 명확한 것을 찾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선택을 하는 데 있어서 점점 게을러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성향에 부응하기 위해서 기업은 철저하게 단순해져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 비즈니스 경향을 볼 때 단순화는 매우 중요하다. 작년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조사에 따르면 1000여명의 글로벌 기업 임원들은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애플을 꼽았다.

    최고의 혁신기업이 가지고 있는 핵심 경쟁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바로 ‘simple(단순함)’이다.

    애플은 몇 안 되는 핵심 기능에 모든 것을 집중시켰다. 요즘같이 새로운 기능들이 쏟아져 나오고 또 컨버전스(convergence)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기기에 많은 기능들이 부가되는 시대에 애플의 전략은 다소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다양한 기능보다는 하나의 제대로 된 기능에 열광했다. 무(無) 광택, 단색의 외관에 5개 버튼과 휠(wheel)만으로 조작하는 아이팟(iPod)의 성공이 이를 잘 보여준다. 간단한 디자인이면서도 최소 기능만을 구현한 전자 제품이 잘 팔리는 사례는 아이팟 외에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의류 쪽도 마찬가지다. 패션 운동화의 시초 격인 캔버스사의 캔버스화는 그야말로 단순미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언뜻 실내화처럼 보이는 캔버스화는 1908년에 처음 출시돼 100여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6억 켤레라는 경이적인 매출을 기록한 스테디셀러다. 단순한 디자인의 힘이 시대를 초월하여 얼마나 큰 힘을 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 내실을 갖춘 단순함

    단순함은 서비스 업계에서 특히 중요하다. 서비스의 질은, 제공하는 서비스에 불필요한 잡음이 얼마나 적은가에 의해 좌우된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은 서비스의 잡음, 즉 고객들이 불편해하는 요인을 찾아 제거하는 데 고군분투하고 있다.

    BOA(Bank of America)는 고객이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3분 이상이 되면 실제 대기 시간과 손님이 느끼는 대기 시간에 차이가 생긴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 실험을 실시했다. 고객들이 기다리는 장소에 TV 모니터를 설치할 경우 고객이 느끼는 대기 시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한 실험이었다. 실험결과 TV를 설치하면 고객이 느끼는 대기 시간이 최소 15%에서 최대 30%까지 감소하고 고객당 수익이 8.26달러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BOA는 당장 TV를 설치했다.

    호텔도 마찬가지. 고객들에게 체크인부터 체크아웃까지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귀찮은 잡일이다. 그러다 보니 불필요한 절차가 없는 호텔이 인기를 끈다. 올해 비즈니스위크지(誌)에서 선정한 최고의 서비스 기업 2위에 오른 포시즌(Four Seasons) 호텔은 최근 ‘가장 간편한 체크인’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고객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객실 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정도로 체크인 절차를 줄이는 것이다. 이 같은 간소화 서비스 덕택에 이 호텔의 고객 불만율은 2% 미만으로 줄었다고 한다.

    1명의 서비스맨이 특정 고객에게 전담으로 붙어 모든 절차를 대신해주는 ‘버틀러(butler) 서비스’도 비슷한 예다. 베니스의 ‘호텔 치프리아니(Hotel Cipriani)’와 일본 ‘세이유 긴자 호텔’ 등이 버틀러 서비스를 통해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다.

    이처럼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 전략에 있어서 단순함을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단순함은 단순한 외형의 단순함이 아니라 내실을 갖춘 단순함이어야 한다. 한마디로 깊이가 있는 단순함이어야 한다. 따라서 단순함은 조직 내부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필립스는 2004년 전사 경영방침을 아예 ‘Sense and Simplicity(감각과 단순함)’으로 설정했다. 단순함이 곧 기업의 미덕이 되었다. 조직의 모든 역량을 단순화에 집중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심플한 콘셉트(concept)의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됐다. 거울처럼 보이지만 음성이나 문자, 영상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가족게시판 ‘인터치’, 영상기기나 컴퓨터 없이도 간편하게 디지털 이미지를 볼 수 있는 유리구슬 모양의 앨범 ‘모멘토’ 등이 이 같은 전략하에서 개발됐다.

    기업의 규모가 커지면 조직의 단순함은 더욱 필요해진다. 무게가 늘어남에 따라 복잡성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IBM이 1990년대 초 위기를 겪게 된 것도 무게가 지나치게 많이 나간 탓이다. 소위 대기업 병이라 불리는 거대조직의 징크스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은 조직의 구조적인 단순화를 통해 돌파구를 삼을 수 있다.

    일본 세라믹 업체인 교세라는 거대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유연성을 잃지 않은 조직으로 유명하다. 바로 아메바 조직이다. 이분법으로 개체가 자동 분리돼 새로운 개체를 생산해내는 단세포 동물 아메바와 비슷하다. 각 조직을 단세포 유기체로 보고 회사 규모가 커지면 조직을 분화해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형태다. 조직 규모가 커지게 되면 동시에 제품별, 지역별, 공정별로 조직이 분할된다. 따로 떨어진 각각의 아메바 조직은 독립채산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아무리 몸집이 커져도 조직의 단순성은 파괴되지 않는다. 이런 교세라는 현재 본사 직원만 1만3000명에 달하는 대기업이지만 유연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세라믹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건실한 기업으로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다.

    ■ “많은 것을 표현하려면 가장 적은 것을 나타내라!”

    그동안 많은 기업들은 제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해, 그리고 제품에 더 많은 것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마케팅 방식은 길어지고 제품기능은 복잡해지기 일쑤였다. 간단한 것을 좋아하는 소비자의 성향을 생각해 본다면, 마케팅 방식에 철저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제는 과거와는 달리 단지 복잡한 기능을 줄인다는 개념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기능을 강화하는 경향을 주지해야 한다.

    일본의 덴츠 소비자 연구센터의 다카무라 아츠시는 “고객들은 단순한 제품으로 눈을 돌린다. 그리고 정말 원하는 기능이 구현된 제품에는 아무리 비싸더라도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단순함, 특히 꼭 필요한 단순함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비즈니스 콘셉트이다.

    “가장 많은 것을 표현하는 방법은 가장 적은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질 샌더의 말을 상기해봐야 할 것이다.





    정태수 삼성경제연구소(SERI) 마케팅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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