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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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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람 작성일2007-01-22 10:58 조회1,308회 댓글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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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풀


파아란 각시 풀 돋아난 가을 논두렁을
이슥 헤매이다
너는 각시되고
나는 신랑이 되었지
지켜 볼 이 없는 불무늬에 마주 앉아
된서리 맞은 잠자리 꽁무니엔
소꿉에 알린다며 오색실 꿰어 날려 보내고는
손님이 오실까
메뚜기 펄쩍 뛰어 오르는 논두렁에 가지런히
정성으로 빚어내던 흙 떡

샛노란 들국화 꽃 따다
꽃보다 더 예쁜 상 차리던
너의 고운 손길 보노라면
치렁치렁 곱게 땋아 올린 머리 위로
각시머리 풀
족두리가 얹히고
단풍잎 같은 손으로
초롱꽃이 등불이라며 환하게 웃던
내 여린 사랑아

흙으로 빚은 안주에 잣던 한 잔 술이
가을 빛 진하게 취해 오던 나는
볏짚 위로 곤한 잠 들곤 했는데
문득 깨어났을 즈음
각시는
알 수 없는 모래성으로 떠나버리고
각시풀엔 잉걸불만 찬란하게 타오르고 있었네

각시 풀 파아란 논두렁에 홀로 앉아
흙떡을 빚노라니
각시머리 풀 얹고 떠난 소꿉 친구는
초롱꽃 등 밝혀 언제 오시려나

돌아오라 이젠
돌아오라
머리 위에 얹고 떠난 각시머리 풀
족두리
언제 풀려 하는가


 

댓글목록

woongs님의 댓글

woongs 작성일

  바람님~ 좋은 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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