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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맞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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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풀피리™ 작성일2005-11-28 09:03 조회5,695회 댓글1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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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맞선을 봤었다. 직장선배님의 소개로 알게된 여자인데.. 그녀 나이는 34세이고 인물은 별로?이지만 마음씨는 착하다고 하였다. 지난 경험으로 비춰보면 그다지 기대할 만한 소개는 아니라고 판단이 되었지만.. 애인이 없는 나로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만남을 결정하였다. 일요일 새벽부터 일어나서 간단한 집안청소를 하고 샤워와 면도를 한 후에 자신을 거울에 비춰봤다. “웅이... 너 참 많이 삭았구나... ㅠㅠ ” 이젠 신차수준을 떠나서 중고차수준으로 전락해버린 자신의 값어치에 한숨을 내쉬면서 옷장에서 몇 벌의 옷을 꺼내었다. 양복을 입을까..? 캐주얼을 입을까..? 고민을 하다가 불편한 양복보단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캐주얼차림으로 나갔다. 약속은 창원호텔 오전 11시 7층이라는 선배님의 자필쪽지를 챙기고 창원호텔로 향했다. 가기 전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승용차에 기름도 가득 채우고 뽀얗게 쌓인 먼지도 털어내고 창원호텔에 도착했다. 창원호텔에는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예식을 치루는 선남선녀들이 보이고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제법 많이 보였다. 호텔 로비를 지나치면서 조금 촌티나는 낯선여자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그녀가 오늘 만나기로 약속을 한 여인이 아니기를 기도하는 심정으로 부리나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런데.. 창원호텔 7층은 객실이었다. -.-; 아마도 선배님이 잘못 적어준 것이라고 판단이 되었기에 쪽지에 적혀있는 그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하니깐 11층 스카이라운지라고 하였는데 스카이 라운지는 오전이라서 오픈을 하진 않았다고 하였다. 그래서 1층로비의 커피숍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 곳으로 향했다. 탁트인 커피숍엔 드문드문 담소를 나누는 손님들이 보였고 그 중에 혼자 앉아 있는 여성이 보였는데, 그녀는 엘리베이터 타기 전에 스치듯이 마주치고 지나간 여자였다. “저 실례지만.. j.w씨가 아닌가요..?” 그녀는 어색한 듯 미소를 지으면서 맞아주었다. 짧지만 긴 침묵이 흐르고 통과의례처럼 서로의 호구조사를 하였다. 그녀는 홀어머니에 5녀중에 막내라고 하였고 언니들은 모두 결혼을 하였다고 한다. 흠.. 5녀중에 막내면 상상력이 풍부한? 나로선 나름대로 계산이 되었다. 이번 만남은 어렵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런 경우야 말로 서로가 맘에 들지 않아서 어영부영 헤어지는 경우로 결말이 날 확률이 훨씬 높다. 왜냐면, 상식적으로 시집간 언니들이나 형부들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소개팅이나 맞선주선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와 대화가 깊어질수록 맞선과 만남에 찌든 한 여자의 고뇌와 딜레마를 느낄 수 있었고 동병상련의 아픔도 나누었다. 그래도 10대의 철부지 소녀는 아닌지라 대화가 제법 통하는 듯하였고 어쩌면 좋은 만남으로 이어질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약 50분가량의 대화를 나누다가 갑갑한 커피숍을 나와서 진해로 향했다. 창원이 살기 좋은 이유 중에 하나는 가까운 곳에 바다를 찾을 수 있다는 지리적인 장점도 포함이 될 것이다...^^ 그녀와 나는 진해바닷가의 레스토랑에 도착을 해서 제법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유치원선생님답게 말주변도 있었고 유머감각도 있는 편이었다. 그에 비해서 나는 눌변인지라 주로 대화를 들어주고 맞장구를 치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 얼굴은 이쁜 편은 아녔지만 아담한 키에 몸매는 보통은 되었고 왠지모를 색기도 느껴졌다. 아마도 농염한 여체에서 느껴지는 성적인 매력이었을 것이다. 그래.. 이 정도면 교제를 해도 괜찮을 거 같았다. 나름대로 김칫국물을 먼저 마신 셈이다. -.-; 나는 일요일엔 아침겸 점심을 먹는 습관이라서 일어나서 점심을 먹지 않은 나로선 시장기가 느껴졌다. ......, 레스토랑을 나와서 몇 번 가본 적이 있는 창원 중앙동의 ‘고디탕’으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했던가.. 때마침 정전사태로 인해서 실내가 어두운지라 촛불을 밝히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 얼마 만에 보는 촛불잔치?인가.. ㅋㅋ 일순간 첫날밤을 맞는 신혼부부의 심정으로 식당으로 들어섰다. 고디탕 두 그릇이요. ^0^; (-경상도 : 고디 -표준말 : 다슬기) 그녀는 고디탕 특유의 비릿함이 좋질 않았는지 몇숫갈 먹고 난 후에 국물은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3일 굶은 머슴처럼 (아침 굶고 오후 2시쯤이었으니까..)허겁지겁 게걸스럽게 먹었다. 어쩌면.. 야수처럼 게걸스럽게 먹는 모습에 반하게 될지 모르겠단 나름대로 므흣?한 착각속에 순식간에 밥 두공기를 해치웠다. 사실.. 반찬투정에 편식을 하면 짜증이 나질 않는가..? (궁핍했던 유년시절을 보낸 나로선 반찬투정이나 편식은 상상할 수도 없다.) 왜소한 편인 내가 스스로 두공기를 해치웠다는 무식한 자만에 빠지고 촛불은 나를 위해 타들어간다는 환상(幻想)에 빠졌다. 그녀 :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요..? 나 : 글쎄요..-.-; (1차, 2차, 3차 내가 해결했다. 니가 한번 쏘세요..!) . . . (잠시 침묵) . . . 그녀 : ‘영화 한편 보러갈래요? ’ 나 : 좋죠..ㅎㅎ (기다렸다는 듯이..!) 창원 팔용동에 위치한 CGV극장으로 향했다. 가까운 롯데시네마도 있었지만 그녀가 갖고 있는 마일리지 카드 때문에 파비뉴21에 있는 CGV로 결정을 한 것이다. 나는 ‘나의 결혼원정기’를 보고 싶었지만..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는 영화) 그 영화를 보기엔 대기시간이 너무 많아서 가장 빠른 시간에 볼 수 있는 니콜라스케이지 주연의 ‘로드 오브 워’를 보았다. 영화 상영전 잠깐의 대기시간에 그녀의 언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밀폐된 장소에서 몇 번의 끊김을 반복한 후에 언니와 통화내용을 슬쩍 들을 수 있었는데.. 대화 내용중에 “다음주를 기대해야죠..”를 들었다. 허걱.. 이건 또 무슨 시추에이션(situation)인가.. ㅠ.ㅠ 나도 눈치는 9단이다. 그녀는 오늘 맞선 본 남자는 별로니깐 다음주에 만날 남자를 기대한다는 의미로 해석이 되었다. . . . 중략 . . 우울한 마음에 영화를 보고 혼자서 바다로 향했다. 초겨울로 접어든 바닷가는 언제나 쓸쓸하게 보인다. 순간 혼자라는 서글픔과 자신의 처지가 한숨이 나서 어두운 밤하늘을 쳐다보았다. 드문드문 보이는 별빛을 보면서 예전에 사귀었던 여자친구의 얼굴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나는 왜 이렇게 여복이 없는걸까..? 누구보다도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을 가꿀 수 있는 자상함과 성실함이 있다고 자부를 하였지만.. 현실은 냉정하게도 그러한 평범함마저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by 웅이

댓글목록

범식이님의 댓글

범식이 작성일

  진솔하고 재밌는 내용이군요. 소탈하고 진실하게 느껴지네요.  좋은 분을 만나시길....^^

junsang님의 댓글

junsang 작성일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데 상심하진 마세요. 여가도 즐기고 낭만도 아시는 분 같은데, 좋은 분을 만나게 될 거예요.

woongs님의 댓글

woongs 작성일

  격려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이젠 12월로 접어들었는데...
올해도 마무리를 잘하시길 바랍니다. ^^;

하늘님의 댓글

하늘 작성일

  글 잘 읽었어요..
본인은 자상하고 잘 해준다고 생각하지만 여자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좀더 여자분에 대한 배려가 있다면 올해는 좋은 여자분을 만날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woongs님의 댓글

woongs 작성일

  "연애는 감정이 아니라 기술이다." 말이 있지요. 조언은 감사합니다. ^^

B-Hiro님의 댓글

B-Hiro 작성일

  とても興味深いお話でした。
前半・・・私が紹介した訳でもないのになんだかドキドキしました。
後半・・・おやおや、あらあら~何という結末なの。
ご自分を冷静に捕らえるのは大切なことです。
常に誇りと自信は失わないで欲しいと思います。

お見合い中に次のお見合いの話!?そんなの有りですか?

“ 恋愛は技術ではなく感情だ ” ではダメですかね~
初めに心が動かないと・・・

woongs님의 댓글

woongs 작성일

  “ 恋愛は技術ではなく感情だ ” 立派なお話です. ^^

ssoma님의 댓글

ssoma 작성일

  웅님의 기분을 알듯 ^^;
저와 비슷한 감성을 가지고 계신듯하네여
그래서 더 공감있게 읽었습니다.
너무잘해줘도 안된다는거.... 아시져?
저는 컨셉을 바꾸었습니다.
이것도 내모습 저것도 내모습인데 한모습만 고집한다면
나중에 내자신이 힘들수도 있어여...
홧팅입니다!
(세상에는 많은 남,여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극찬받는 사람은
누군가를 위한 열정을 가진 사람보다,,,,,,
작은것에 감사하는 사람이라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쏘마-

woongs님의 댓글

woongs 작성일

  ssoma님도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고 있으신 것 같군요. ^^;
인연을 만난다는 일이 쉽지만은 않네요. 어떤 사람들은 두세번도 결혼을 하던데... ㅋㅋ
짚신도 제 짝이 있다는 심정으로 위안을 하고 싶군요.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

최성협[쎄리]님의 댓글

최성협[쎄리] 작성일

  "rhelxkd"!..."고디탕!" 앞으로는 절대로 혼자서만 드세요!..

김은미님의 댓글

김은미 작성일

  에구.....난 아직 선 한번도 안봤는데...선볼때 상황과 분위기가 대충 짐작이 가네요~힘내세요~어딘가에 좋은 베필이 있을꺼에요~

보슬비님의 댓글

보슬비 작성일

  그림이 그려져요.. ^^ 좋은 인연이였으면 더욱 좋았을 것을 그랬네요...누구에게든 인연이란 따로 있다던데..

짱아님의 댓글

짱아 작성일

  ㅋㅋㅋ
재밋게 쓰셨네염
이미 지난일이고 이렇게 글로 옮길수 있는 일이니까 웃는다고 뭐라지 마셈.ㅋ

선이란게 있죠..
저도 몇번 보긴 했지만
안맞는 사람이 있는것 같아요.

왠지 경직되고 답답하고
선이라는 명목아래 할말 안할 말 정리 해야하고
만나는 몇시간안에 살아온 내 인생을  함축시켜 들려줘야 하고....흠..

지금은 인연을 만나셨다면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직접 밖으로 찾아 나서세염..

남: 저 실례지만어디서 본 듯 한데요?
여: 어디서 절 보셨어요?
남: 지금 방금요..
(웃을수밖에 없답니다..ㅋㅋㅋㅋ)
 그리고 나서..
남: 날씨도 좋은데 차 한잔 하실래여?
이케...
은근 멋지던데....
용감한 남자가  미인을 얻는답디다.ㅋ

백마탄 왕자 공주
기다려도 안 옵니다요

나 완전 오지랖..ㅋ

풀피리™님의 댓글

풀피리™ 작성일

  저도 그러고 싶은데.. 이젠 애아빠로 봐서 잘못하다간 성추햄범으로 몰립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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