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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시절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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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풀피리™ 작성일2004-05-04 18:41 조회3,096회 댓글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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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향은 전남 강진이다.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이고

고려청자의 도요지로 유명한 곳이며 호남의 명산 월출산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세계인이 감탄하는

고려청자의 고운 빛깔은 강진의 푸른 하늘을 보고 살아온

도공들의 손끝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내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고향엔 비포장도로가 많았다.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덜커덩거리면서 달리는 군내버스와

길 양옆에 피어있는 무수한 코스모스...

개천가에는 어디를 가더라도 팔뚝만한 민물고기를 잡을 수

있었고 한 손으론 쥐기 힘들만큼 커다란 민물조개도

많이 잡았던 추억이 서려있는 곳이다.

유년시절의 추억은 일생의 감성을 좌우하게 되는 것 같다.

산과 들... 어디를 다녀도 오염되지 않은 자연환경 속에서

자란 마지막 세대일 것이다.

지금은 고향을 가더라도 동네 앞까지 아스팔트가 포장이

되어있고 군내버스도 다니니까 말이다.

우리동네는 죽산(竹山)이라고 한다. 대나무가 많은 곳이라서

붙여진 이름인데 동네엔 어디를 가더라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게

대나무 밭이었다. 집 앞에도 제법 큰 대나무 밭이 하나 있었는데..

봄이면 죽순으로 만든 반찬이 제법 상큼한 맛이었다.

여름이면 대나무로 죽창을 만들어서 개구리 사냥을 나갔다.

먹이처럼 생긴 풀잎으로 침을 발라서 개구리를 유혹하면

먹이인줄 알고 덥석 받아먹는데...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조준하면 개구리는 대자로 뻗는다.

개구리의 뒷다리 맛은 정말 일품이었는데 이 맛은 먹어본

사람만이 그 맛을 안다.. ^^;

지금은 시골에도 멧비둘기를 흔하게 볼 순 없지만 예전엔

비둘기가 무척 많았었다. 앞산, 뒷산 어디를 가더라도 비둘기의

집을 어렵잖게 볼 수가 있었는데.. 유년시절 비둘기는 좋은 친구이자

훌륭한 간식?이기도 했다. 비둘기는 3-6월에 산란을 한다.

그 비둘기의 알은 우리들의 소중한 간식이기도 했는데 우리의

손길을 피해서 번식에 성공한 비둘기일지라도 어김없이 우리들의

차지였다. 하지만.. 어린새를 갖기 위해선 몇 가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굵고 거칠은 소나무를 오르다보면 팔뚝이 긁혀서 상처가

나기도 하구..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어미새의 처절한 공격은 제법

위협적이었다. 이 때에 실수로 나무에서 떨어지면 최소한 며칠은

앓아 누워야 했다. 그러한 위험을 무릅쓰고 나무를 오르는 건..

위험 뒤에 오는 성취감과 앙증맞은 새끼가 반갑?게 기다리기 때문

이었다. 아직 솜털도 가시지 않은 뽀송뽀송한 새끼를 잡아다가

2- 3개월 정도를 보리와 배추벌레 등으로 애지중지 키우면 금새

성조(成鳥)가 되었다. 그렇게 키운 비둘기는 신기하게 성조가

되어서도 사람의 곁을 떠나질 않는다는 것이다. 키우다가 싫증이

나서 산 속으로 돌려보내면... 어김없이 집 앞의 감나무가지에 날아

와 앉아서 서글피 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쫓아내기를 몇 번이나 반복해야했는지 모른다.

아직도 문조를 기르는 것은 유년시절의 향수 때문이리라...

.......,

지금은 소나무가 솔잎 흑파리병으로 말라죽고 숲이 울창하진

않지만 예전에는 노루가 뛰어다닐 만큼 산 속이 울창했었다.

추수를 마치고 늦가을이면 동네사람들은 모두다 땔감을 구하기

위해서 지게를 짊어지고 산 속을 안방처럼 누볐다. 하늘을 찌를

듯한 소나무와 특유의 송진 내음.. 소나무의 마른 가지와 갈색의

솔잎은 땔감으로는 괜찮았는데 아궁이에 불을 지펴도 연기가 많이

안 나고 무엇보다도 고구마를 구워 먹기엔 안성마춤이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산다는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

가난했지만 순수했고 아름다웠던 유년기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것도 하나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    ★━─
  ★━─    ★━─       
     ★━─    ★━─
★━☆:+:..:+: Forever :+:..:+:☆







댓글목록

조성환님의 댓글

조성환 작성일

  망태,땡사리와 더불어 개구리 뒷다리 맛은 일품 맞아요.
여름날 개울가에서 검은 숯가루 얼굴에 묻혀가며 잔나뭇가지에 불 붙여 구워 먹는 맛이란.....

heart님의 댓글

heart 작성일

  .....^0^ v

은주님의 댓글

은주 작성일

  개구리 뒷다리..ㅡㅡ;; 통닭뒷다리라고 속아서 어릴때 먹었다는..ㅡ_-;;
개구리 뒷다리보다...메뚜기가 더 맛있지 않았나요? ㅡ0ㅡ ㅋㅋㅋㅋㅋㅋ

관혁님의 댓글

관혁 작성일

  정말 아름다운 유년시절의 추억을 갖으셨네요. 전 도시에서 태어나서 시골의 추억은 없어요.
아파트 단지의 놀이터 기억밖엔.............. -.-;;

희야.님의 댓글

희야. 작성일

  우리 시골 집은...갈때가 많아서  갈벌" 이였어요.

초록이님의 댓글

초록이 작성일

  잊고있었던....기억한편의 소중한 추억을 상기시켜 주셨네요...
감사...^^

딸기님의 댓글

딸기 작성일

  소설 속에 나오는 어린 소년의 유년기 같네요.
행복하고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유년기를 보낸 것같아 좋아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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