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아버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 풀피리™ 작성일2008-08-17 06:04 조회2,218회 댓글5건관련링크
본문
꿈속의 아버지..
지난밤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만나는 꿈을 꾸었다.
무슨 연유였는지 나는 삐쳐서 아버지를 멀리 하였지만 당신은 주머니에서 쌈짓돈
5,000원을 내게 주셨다. 미꾸라지처럼 뺀질거리는 철부지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유혹 때문이었을까..? 나는 일순간 서운했던 감정이 눈녹듯이 사라지고 아버지의
존재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5,000원의 유혹에 넘어간 것은 유년시절의 꿈을
꾸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행복감은 잠시였고 한낮의 꿈처럼 짧은 꿈에서 깨었다.
생업에 바쁘다는 핑계로 한 동안 잊고 지냈던 고인의 되신 아버지의 부재를 생각하면서
가슴깊이 밀려드는 슬픔에 눈시울을 적시었다.
아버지는 타고난 낙천주의자였다.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대로
모든 일이 팔자소관인양 물질적인 욕심이 없었다.
그에 비하면 어머니는 잡초처럼 억센 인생을 살았다. 그 시절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어머니들처럼 나의 어머니는 가난의 굴레를 벗기 위한 몸부림은 처절하기까지 했다.
겨우내 깊은 산에서 어렵게 구한 땔깜을 생활비로 만들기 위해서 동네 부잣집에 팔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 돈은 노동력에 비해선 푼돈에 가깝고 그 돈이 생활에 큰 보탬은
되진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시절엔 대부분의 시골사람들은 궁핍한 삶을 살았고
겨우내 일손을 놓으면 생활이 어려울 만큼 가난의 굴레는 벗어나기 힘든 멍에와도 같았다.
물욕이 없었던 아버지.. 가난에 벗어나고픈 어머니..
한 이불을 덮고 사는 부부였지만 기본적인 사고방식은 극복할 수 없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다.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그것이 아버지의 인생 철학이었고
어머니는 무엇이든 남들만큼 하고 살고픈 욕망이 강했다. 기본적인 삶의 방식에서 오는
차이는 수십년의 인생을 동반자로 살아도 변하지 않았다. 물과 기름처럼 다른 두 분의 가치관은
가정불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아버지..!
저는 부모님의 삶을 이해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한 때는 아버지의 무능력을 원망도 했고
슬기롭게 타협하지 못했던 어머니도 원망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삶은 물질적인 풍요가 아니라는 아버지의 가치관을 이해합니다.
이젠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어머니의 한(恨)을 이해합니다.
그러한 환경에서 자란 웅이는 누구보다 안정된 삶을 부모님에게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인생은 럭비공처럼 불확실한 방향으로 튈 수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살아 생전에 그렇게 막내아들 결혼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했던 아버지..
이렇게 늦게까지 결혼하지 않고 사는 제 모습이 부끄럽단 생각도 들지만 이것도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젠 더 늦기 전에 좋은 여자를 만나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습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꿈꾸었던 행복한 삶을 아들이 대신해서 당신의 생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댓글목록
풀피리™님의 댓글
풀피리™ 작성일
새벽꿈에 만났던 아버지의 온기가 남아 있을 때 적은 글이지만 감추고 싶은 치부와 같은 가정사입니다.
그렇지만 꾸밈없이 진실하게 삶의 단편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보슬비님의 댓글
보슬비 작성일
엊그제가 돌아가신 아빠의 첫제사였거든요...1년이 다 되가도록 가까이 있는 아빠의 산소에 단 두번...갔던가 봐요..
엄마께서 서운해 하시더라구요..
조금은 두려움도 있었던 것 같아요..아빠의 부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거든요..
이젠..
1년이 지난 이젠 마음을 추스리고 인정 할 수 있겠다 싶어 찾았는데..
1년전의 마음 그대로 눈물만 펑펑 쏟고 왔네요...
여전히 마음의 기둥이시네요..
누구에게나 가야 할 길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풀피리™님의 댓글
풀피리™ 작성일
보슬비님도 아픔이 있었군요. 살아 생전에 효도를 해야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짱아님의 댓글
짱아 작성일
치부와 같은 가정사라고 말씀 하셨는데..
오히려 이 글을 보고 더 정감이 가는걸요~
풀피리님은 누구나 다가갈수 있는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이구나 ..싶어요.
아버님께 못다한 효도 어머님께 하소서..
풀피리™님의 댓글
풀피리™ 작성일
짱아님~ 감사해요. ㅠ
부끄럽지만 삶의 단면을 보이는데 용기가 필요했지만 진실함은 어디서나 통하는 것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