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블로그 운영자로 유명한 분이 남긴 사설인데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서 올렸다.

[삶의 향기] 5년차 블로거의 한마디

나는 5년차 블로거다. 조인스 닷컴에는 블로그가, 싸이월드에는 미니홈피가 있다. 1년 전 페이스북에도 가입했지만
외국에 있는 친구와의 소통을 위한 창구일 뿐 두 블로그에 비하면 활동이 아주 미미하다. 블로그와 미니홈피는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파워풀한 글을 올리기엔 블로그가 더 나은 거 같고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기엔 미니홈피가
더 어울린다. 내 또래엔 블로거가 별로 없다. 블로거에게 블로그는 현실의 일상만큼이나 꽤나 비중 있는 부분이다.
얼마 전 한 케이블 텔레비전에서 하루의 일상 속 여자들의 인터넷 라이프 패턴을 보여줬다. 아침에 홈피에 들어가
일단 기분부터 바꿔주고 셀카 찍어 올리고 헤어진 남친 홈피 들어가 보고…. 보면서 많은 이가 공감한 내용이다.

블로거로 산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무엇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꾸미기, 댓글 달기, 새 글과 사진 올리기(업데이트라
한다) 등 내 집 관리는 물론 친구들 집까지 방문하려면 시간과 노력이 투자되어야 한다. 늘 어디서나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것은 물론 찍은 사진을 컴퓨터에 옮기고 그 가운데 잘 나온 사진을 골라서 글과 함께 올리는 데 기본적으로 30분에서 1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사람이 싸이질도 잘 하고 파워 블로거도 될 수 있다.

블로그(홈피)는 자기 표현의 중요한 수단이면서 타인과의 교감이 생명이다. 혼자 보고 즐기려고 블로그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블로그는 사람들과의 중요한 소통의 창구다. 특히 멀리 있는 친구,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와 안부를 묻고 새로운
친구도 만난다. 인맥 형성은 물론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 잡지를 만들면서 독자들·기자들과의 대화의 창으로
블로그와 홈피를 자주 활용한다.

이렇다 보니 블로그는 글과 사진, 댓글을 통해 나의 생각, 나의 모습이 드러나게 마련이다. 블로그에 올린 사진과 글이
집주인의 선의와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비춰지거나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오해를 낳는 걸 봤다. 사이버 테러는
블로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내 주변에서 홈피를 열었다가 닫아버린 친구들이 적지 않다.
블로그를 하는 사람으로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기본 예의는 정말 중요하다!

늘 풍부한 인맥, 화려한 패션, 맛난 먹을거리로 넘쳐나는 홈피 주인장은 늘 행복한 사람 같다. 그러나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란 걸 블로거들은 안다. 블로그는 블로그일 뿐. 블로그는 실제 현실보다 과장된, 혹은 연출된 판타지의 집합체 같은
면이 있다. 방문자 수, 타인의 반응에 민감하다 보니 새로운 사진 찍기와 글쓰기에 매달리고 결국 내가 만든 홈피의 노예가
되는 사람도 봤다. 오죽하면 자신의 홈피에 예쁜 여친 사진 올렸는데 방문자가 달랑 한 명, 그것도 스팸 방명록이어서
상처받는 남자를 소재로 한 CF까지 제작됐을까.

그럼에도 나는 블로그가 가진 긍정적인 힘을 믿는다. 생활의 활력, 일상의 기록, 그리고 내 주변인과 즐거운 소통의 창구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단,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잘 조절하는 등 블로거로서의 매너 숙지는 기본의
기본이다.


윤경혜 COSMOPOLITAN 발행인
<출처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