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낙차 사고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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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풀피리™ 작성일2020-06-08 21:51 조회95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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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 1
전혀 예기치 못했던 자전거 낙상 사고를 당했다.
지난 5월 17일 오후 평소처럼 자전거를 타고 불모산까지 달렸다. 정상에서 약간의 휴식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좁은 임도를 과속하는 자동차를
급하게 피하려다가 중심을 잃고 낙상하였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사고 유발 차량을 확인할 여유도 없었고 과속했던 차량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떠났다.
당시엔 큰 외상은 없었으나 오른쪽 쇄골 부분이 돌출되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통증이 크질 않아서 뼈가 삐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친 몸을 이끌고 걸어서 가는 길에 자전거를 타는 분에게 몸 상태를 봐달라고 하니깐 119를 불러야겠다고 해서 앰뷸런스를 타고 장유에
위치한 ##병원으로 실려갔다. 가벼운 부상으로만 알았는데 CT 촬영 결과는 쇄골이 골절된 큰 부상을 당했던 것이다. 바로 6인실 병실에 입실하고
다음날 월요일 오후에 전신마취 후에 골절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오늘까지 입원 6일째이지만, 완쾌하고 퇴원하려면 최소 1~2개월은 입원해야 한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기 전엔 운동엔 관심도 없었고 담을 쌓고 살았던
시절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부상을 당했다. 철들자 노망난다고 이제 자전거에 재미를 붙이고 몸이 좋아질만하니깐 사고를 당해서 무척 속상하고
우울하다. 다행히 의료보험과 건강보험을 들어서 경제적 손실은 크질 않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가슴에 새겨진 수술 자국처럼 이번 사건은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
카스를 시작한 지 7년이 넘었고 비록 SNS이지만 많은 분들을 알게 되었다. 언제나 밝고 아름다운 사진으로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제 근황을 솔직하게
전하는 것도 하나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 건강을 해치는 불상사가 발생했지만 일생 동안 발생할 수 있는 큰 액땜을 했다고
위로하고 싶다.
Woongs
2020. 5. 22.
- part 2
건강과 지성은 인생의 두 가지 복(福)이다. -메난도로스
벌써 병원에 입원한 지도 13일째다.
혹자는 코로나 사태로 면회, 외출도 제한적이라서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말한다. 작은 병원에서 행동반경은 매우 한정되었고 기껏해야 화장실, 세면장,
옥상 정원을 다닐 수 있다. 정형외과 6인 병실이라서 골절 환자와 고령 관절 환자가 대부분이다. 현재 퇴원했지만, 일주일 넘게 생활했던 63세의 자칭
폭력 전과 31범 할아버지도 자전거 낙차 대퇴부 골절로 휠체어 신세였다. 그분은 험난했던 인생을 보여주는 듯한 험상궂은 인상에 치아 몇 개 남지
않았지만. 아직도 목소리는 우렁차고 매사에 조금만 거슬려도 쌍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아무래도 병원의 특성상 아픈 환자들이 모인 곳이라서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은 확실히 나이보단 늙어 보이고 각종 성인병으로 약을 달고 산다는 것이다.
나같은 단순 쇄골 골절은 예후가 나쁘진 않지만 약 1년 뒤 철심 제거 수술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약 2년 넘게 라이딩했고 평균 일주일에 2~3번은 자전거를 탔기에 새장 같은 병원이 너무 답답하게 느껴진다. 다시 철인처럼 극한의 스포츠인 MTB 라이딩을
즐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나는 매사에 신중한 편이라서 20년 넘게 자동차 운전했어도 큰 사고 한번 내지 않았고 자전거도 조심스럽게 탔지만,
방어 운전한다고 100% 안전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운명론자는 아니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 정해진 운명처럼 불가항력적인 인생의 길을 걷는지도
모른다. 이제 다음 주 월요일이면 실밥 제거하고 며칠 후면 퇴원하고 통원치료 받으면 될 것 같다.
건강을 의한 운동, 레저도 좋지만, 자전거, 보드, 전동킥보드, 오토바이 등을 즐기시는 분은 낙차 사고에 주의하길 바란다.
Woongs
2020. 5. 29.
- part 3
삶과 죽음..
유년시절에 느꼈던 어른들의 세계와 나이 드신 노인의 모습을 보면서 인생은 아주 길게만 느껴졌고 하루하루 일상은 더디기만 했다.
어쩌다가 동네 어르신이 돌아가신 날에는 그분의 파란만장한 삶을 애도했지만, 죽음은 아득히 먼 훗날에 벌어질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이젠 청춘도 지나고 어느덧 중년이 되고 나니깐 삶과 죽음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처럼 상존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사람이 태어난 날은 정해져 있지만 죽음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른다. 드물게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갑작스러운 사고나
질병으로 생을 마감한다. 건강 100세 시대라고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인간의 신체적인 능력과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고 한다. 질병 없이 살 수 있는
나이가 평균 70세라고 한다면 8~90세까지 살더라도 삶의 질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9988124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1~2일 앓다가 죽는 것)를 원한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던가? 약 보름간의 병원 입원은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게 했다. 많이 외로웠고 지나온 삶의 궤적을 회상하면서 회한과 허무를
느꼈다. 나의 갑작스러운 사고에 많은 분들이 위로와 걱정을 하셨지만, 마음은 공허했다. 언젠가 생을 마감하는 순간에 나의 곁을 지켜줄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덜 외로울 거란 생각이 아픈 상처보다 더욱 쓰라렸다.
솔직히 부모님은 별세하셨고 멀리 사는 형제들은 걱정할까 봐서 연락도 하질 않았다. 짧고 굵게 병원 입원을 끝내고 약 보름 만에 회사에 출근했다.
다들 최소 한두 달은 쉴 거라고 예상했을 텐데.. 보름 만에 쇄골 골절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하니깐 다소 놀라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 불행 중 다행으로 뼈가 골절되는 중상이었지만, 신경 손상과 인대 파열이 없어서 통증은 심하질 않았고 팔다리가 멀쩡해서 재활치료는 필요치 않았다.)
우리나라에선 한 해에 교통사고로 수만명이 다치고 사망자가 3천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래도 수천만명이 운전을 한다. 다치는 게 염려스럽지만 운동을
끊는 것보단 더욱 조심해서 운동하기로 결심했다.
이젠 일상으로 복귀했으니깐 몸조리 잘해서 정상 컨디션으로 회복하고 싶다.
2020. 6. 3.
Woongs
- part 4
오랜만에 가벼운 등산을 했다. 아직은 완벽한 컨디션은 아니지만, 운동을 통한 재활이 효과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휴일엔 연이틀 집에서 가까운 반룡산(5km), 용지봉 왕복 등반(9km)을 했다. 2년 넘게 자전거를 탔지만, 등산에서 사용되는
근육은 달라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인적 없는 산길을 걸으면서 마주하는 이름 모를 들꽃과 산새 소리가 정겨웠고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 시켜주는 듯하였다.
이 순간만은 누구도 부럽지 않고 온전한 자유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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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ngs
2020.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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